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장하리’역의 하승리를 만나다
23년 전 5살 나이에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 딸로 출연해 시청률 50%의 열풍을 불러오는데 기여하며 국민 딸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녀였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연기 활동을 쉬지 않고 지속하다가, 오랫동안 단역, 조연 생활을 통해 다작을 경험하며 2018년 드라마 <내일도 맑음>, <학교 2017>,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기대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이번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양궁 언니’ 장하리로 출연해 좀비 무리에 과감하게 활을 쏘고 맞서는 걸크러쉬 매력을 보여주며 드라마를 본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이번 드라마로 멋진 매력을 발산하며 다양한 매력을 지닌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그녀를 직접 만나 드라마에 대한 상세한 비하인드와 앞으로의 연기 활동에 대한 각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기를 실감하시는지?
아직 피부로 느끼는 정도는 아니다. 대신 인스타그램으로 많은 분들이 팔로우를 해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간접적으로 나마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원래 3만 명 정도 되었는데, 드라마가 공개되면서 20배가 늘어난 60만 정도가 되었다.(웃음)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어떻게 합류한 것인가?
오디션 제안을 받고 참여하게 되었다. 오디션 장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온조와 나연 역할을 했다. 원래는 내가 은지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역할은 나보다 더 잘하는 배우에게 돌아갔다. 그러다 감독님이 나에게 하리 역할을 제안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장하리를 연기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위해 배우님 자료를 찾다가 소속사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좀비 분장을 한 배우를 처음 봤을 때 무서워한 비하인드가 재미있게 다가왔다.(웃음) 그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다.
(크게 웃음) 촬영 초반 때 있었던 일이었다. 좀비 배우분들을 멀리서 봤는데, 가까이서 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좀비 분장을 하신 분들이 대기실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분장을 하신 배우분이 내가 있던 대기실 문 유리로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신 거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무서워”라고 말했는데, 바로 문 앞에 계셨던 분이 그 말을 듣고 ‘무섭대’ 하고 서운해하셨다.(웃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분에게 꼭 사과하고 싶다.
-배우님이 연기하신 장하리는 극 중 액션에 가장 능한 캐릭터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양궁 누나’로 불리며 극 중 작품에서 가장 돋보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 것 같다. 준비 & 훈련 과정은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다.
양궁은 현대 모비스 여자 양궁단에 가서 선수분 들로부터 코치를 받으며 훈련했다. 촬영 몇 개월 전부터 시작해서 장기간 연습했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활 자체를 당기는 게 힘들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양궁에는 힘이 아닌 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대 모비스 감독님이 내 양궁 실력을 보시면서 나와 잘 맞는 스포츠 갖다며 칭찬해 주셨다.(웃음) 비하인드를 이야기하자면 우리를 코치해 주신 모비스 팀 선수 중에 강채영 선수라고 계시는데, 그분이 우리를 지도해 주신 이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셨다. 우리를 도와주신 분이 국대가 되고, 금메달을 따셨다 하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번 작품으로 액션 연기와 캐릭터를 처음 경험하셨는데, 이번 연기로 액션에 자신감을 갖게 되셨는지?
액션 연기는 평소에도 로망이 있었는데, 할 기회고 없었고 몸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하리를 하게 되면서 맛보기였지만, 액션 연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악녀>에 김옥빈 선배 같은 제대로 된 여성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
-위기 상황에서도 장하리는 선배다운 면모를 작품에 잘 드러낸다. 선후배 관계를 확실하게 지키고, 후배들을 장 챙기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러한 책임감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은?
장하리라는 캐릭터가 지닌 모습을 그대로 연기한 거였지만, 사람 하승리의 평소 모습도 잘 담겨 있다. 장하리와 하승리의 성격, 개성이 이 모습에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극 중 장하리가 사용한 활은 컴파운드 보우라는 형식의 활이라고 들었다. 같은 양궁부인 정민재(진호은)는 리커브 보우라는 방식의 활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서로 다른 사용한 것인가? 캐릭터 연기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처음에 감독님께서 하리가 같은 양궁부지만, 두 캐릭터가 비주얼적 다른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 주셨다. 두 사람의 비주얼적인 차이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우리를 지도해 준 현대 모비스 양궁팀의 선수들의 반이 리커브 활을, 또 다른 반은 컴파운드를 사용한다. 또다른 차이가 있다면, 리커브는 활을 당기는 데 있어 힘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컴파운드는 힘이 덜 들어가지만 당기는 방식이 조금 어렵다.
-출연 배우들에게 공통적으로 물어본 질문이다. 배우님 본인이 경험한 좀비와 격돌한 장면 중 향후 체험형 테마파크나 VR 콘텐츠로 나왔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참고로 주연 배우들은 급식실, 음악실 장면을 추천했다.
오호, 나도 일단 급식실 장면은 무조건 추천이다. 급식실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면도 무섭지만, 가장 무서운 순간은 좀비들이 나를 향해 쫓아오는 장면이다. 그 순간이 정말 무서웠다. 대표적인 장면이 강당을 시작으로 산까지 달려가는 장면이다. 여담을 말하자면, 좀비 역할을 맡은 배우분들 대부분이 액션 배우들이어서 우리보다 체력적으로 강하고 달리기도 빨랐다. 그 때문에 우리는 죽기 살기로 뛸 수밖에 없었다.(웃음)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현재 아역배우와 아역 출신 배우들이 많다. 같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그들로 인한 동질감은 없었는지?
맞다. 매번 촬영장에서 내가 막내였는데,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대부분이 동생들인 게 신기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으로 작품 촬영하면서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다행히 대부분이 아역 출신들이라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함께 고민도 들어주고, 서로 마음을 열고 친해졌다. 덕분에 우리 모두 서로를 응원해 주는 친구가 되었다.
-극 중 양궁 전국 100등에 들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사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어찌 보면 배우, 연기자의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경쟁인 동시에 오디션을 통해 선택받아야 하는 분야이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이 캐릭터에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맞다. 실제로 하리의 그 대사를 연기할 때, 실제 내 연기 생활을 투영하면서 말했다. 양궁 대사처럼 내 연기 인생에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오디션에는 신인들이 많고 내 또래에 나보다 잘 되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 분야도 무한 경쟁 세계다. 치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많다. 실제 촬영하는 순간에도 내 배역인 장하리와 배우 하승리의 고민들이 잘 담겨 있어서 울컥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 대사를 치면서 장하리가 나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 이전에 출연한 <학교 2017>의 황영건,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제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장하리 등 돋보이는 캐릭터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 <청춘의 덫>의 심은하 딸, 아역배우 이미지를 넘어서며 성인 배우로 서서히 성장 중임을 느끼고 있는지?
나는 내 과거인 <청춘의 덫>속 이미지를 떼어내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배우 활동을 지속하면 내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내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교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조급하지 않고 성장 중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2015년 KBS 단막극 <노량진 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의 연기도 좋았다.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좋지만, 오늘날 청춘의 자화상을 담은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맞다. 재작년만 해도 내가 그 작품을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15년 하승리가 그때의 위치에 있었기에 그 캐릭터를 적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 캐릭터를 통해 나도 큰 울림과 감명을 받았다.
-유튜브 ‘근황 올림픽’에서 슬럼프가 있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슬럼프였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모를 나이에 이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성장하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성인이 되니 대학교, 군대를 가는 친구들이 있었고, 각자의 길을 잘 찾아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그에 비해 나는 소속감 자체가 없는 혼자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일을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가, <학교 2017>을 통해 처음으로 선배, 성인 연기자들이 아닌 또래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그 친구들과 함께 한 덕분에 내가 연기 활동에 자신감과 용기를 얻고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또래 그리고 후배 배우들이 함께한 작품이어서 왠지 그들의 조언자가 되어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만난 친구가 실제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 덕에 그 당시 내 모습을 나도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그 당시 어떻게 이겨내었나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내일도 맑음>에서 엄마로 만난 지수원 선배와 악역 모녀 호흡이 좋았다고 들었다. ‘함께 욕먹자’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그러고 보면 여러 좋은 성인 선배들과 함께한 경력이 많은 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배가 있다면?
내가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다. 먼저 다가가는 걸 못한다. 그런데 어릴 때는 엄마 역할 선배님들이 나를 예뻐해 주시고, 먼저 밥도 챙겨 주시고 했는데, 내가 그런 표현을 잘 못했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서 교류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런 교류의 장을 연결해 주신 분이 바로 지수원 선배셨다. 악역 모녀를 연기하면서 우리 같이 욕먹자라고 말씀해 주신 그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마침 말씀 주시니 선배님께 연락 안 드린지 오래되었다.(웃음) 덕분에 오랜만에 연락을 드려야겠다.
–<지금 우리 학교는 – 시즌2>가 나온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당연히 지금처럼 활은 무조건 쥐고 있을 것 같다. 이제 좀비를 겪어 봤으니, 다들 싸우기보다는 두뇌 플레이도 하고 재치 있게 좀비와 싸우지 않을까?
-이러다 프랜차이즈 주인공이 되는 것 아닌가?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 <어벤저스>의 호크아이가 있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장하리가 있는 것인가?
(크게 웃음) 그렇게 큰 꿈은 갖고 있지 않다. 그러고 보니 누가 쓴 댓글을 보니 하리가 시즌2에서 활이 아닌 사격을 하지 않을까 추측하더라. 그래도 하리의 장기는 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