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더무비 최근에 본 영화 간략 후기 모음 <유령>, <교섭>
아깝다! 젠더 독립군 액션물로는 좋았는데…<유령>
1933년 조선총독부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가 독립군 스파이 ‘유령’을 잡기 위해 용의자들을 벼랑 끝 외딴 호텔에 가두고 심리전을 펼치게 된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는데…
<독전>을 통해 첫 흥행 재미를 맛본 이해영 감독이 중국 소설가 마이지아의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한 <유령>을 내놓았다. 이 소설은 2009년 중국에서 <바람의 소리:유령>이라는 작품으로 리메이크 된 바 있다.
원작 소설과 첫 번째 만들어진 영화의 특성은 추리,스릴러의 정서가 강한 작품이었다. 그 점에서 봤을때 <유령> 역시 원작과 같은 형태의 영화가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이해영 감독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영화를 완성하려 한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된 <유령>은 원작과 시대적 상황만 빌린 액션물 이었다. 그나마 원작의 형태를 이어받아 초중반 까지는 깔끔하게 잘 정리된 스릴러 영화의 화법을 이어나갔는데…
이 흐름이 끝나자마자 꽤 길고 방대한 액션물의 흐름으로 이어가게 된다. 이 부분이 관객들의 호불호를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연출의 힘이 어디에 집중되었느냐에 따라 영화의 만듦새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감독이 선택한 것은 전작 <독전>에서도 그랬듯이 디테일한 미장센과 거친 액션이다. 스릴러를 기대하고 본 관객이라면 아쉬움을 전해줄수 있는 작품이어서 이 부분에 주의하고 봐야 한다.
이야기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이어서 아쉬움을 많을 수도 있지만, <유령>은 장점 역시 분명한 작품이다. 1930년대의 정서를 대변한 영화, 소품을 활용한 장면부터, 8,90년대 홍콩 액션 영화의 정서를 활용한 연출력, 무엇보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넘어선 젠더 성향의 정서를 활용한 측면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쉬움도 분명하지만, 관점만 달리 보면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다.
평점:★★★
이것도 아깝다! 너무 무난하게 흘러가서 문제였던 <교섭>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당시 인질들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외교관, 국정원 등 관계 당국자들의 고군분투를 강조한 작품이다. 결국 음지의 세계에서 주목받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이야기인 셈.
영화는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충실하면서도 중후반 까지 비교적 볼만한 이야기 흐름을 이어나간다. 피랍 사건에서 부터, 극박한 아프가니스탄 현지 상황, 외교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위협, 첩보 정보기관까지 참여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긴박한 사건 등 여러 흥미로운 상황을 이야기에 대입시키면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위기감을 부각한다.
여기에 당시 외교 당국자들의 숨겨진 노력과 애환이 전달되는 것까지는 덤.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던 영화는 중반부 부터 서서히 균열점을 보이기 시작했는데…너무나 뻔하고 예측가능한 영화적 설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계속 봐왔던 황정민, 현빈 다운 익숙한 연기가 지속되면서, 이후의 상황은 이들이 예전에 봐왔던 영화,드라마에서의 모습을 자연히 떠올리게 된다.
무엇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던 탓에 결말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후반부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했는데, 영화는 그 부분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배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실화 영화였던 <아르고>,<스파이 브릿지>의 사례를 참고해 후반부에 긴장감을 집중시켰다면, <교섭>은 충분히 괜찮은 외교 스릴러물이 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전자에 언급한 황정민, 현빈의 익숙한 정서를 넘어서야 했었는데, 영화는 그 익숙함을 극복하지 못한채 너무나 무난한 방향으로 진행한다.
특히나 사족 같은 마지막 결말 장면은 절대로 넣지 말았어야 할 대목이었다. 다소 씁쓸한 전쟁과 위기가 감돈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여운과 묵묵히 일하는 외교 공무원들의 위상을 더 의미 있게 다루고 싶었다면 좀 더 긴 여운이 담긴 결말과 장면을 생각해야 하지 않았을까? <교섭>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익숙함과 ‘교섭’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드러낸 결과물이다.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