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0년의 기다림> 후기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달한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튼)가 우연히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를 깨워낸다.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세 번. 마음속 가장 깊은 곳, 가장 오랫동안 바라온 소원을 말해야 한다. 과연, 그녀는 어떤 소원을 빌게 될 것인가?
<매드맥스> 시리즈의 감독 조지 밀러가 내놓은 신작은 다소 의외의 판타지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신화에 대한 재해석과 매력적인 이야기에 인상적인 영상미로 깊은 여운을 남기며 강렬한 주제와 메시지를 선사한다.
영화는 우리에게는 ‘알라딘’ 시리즈로 익숙한 램프의 정령 지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성경에 등장한 솔로몬, 시바여왕, 그 외 신화적인 존재들과 역사를 관통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삶, 탐욕, 갈망이라는 철학적인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내려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은 할리우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국적인 영상미로 그려지는데 이 점이 <3000년의 기다림>의 최고 볼거리라 할 수 있다.
2008년 영화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연출한 타셈 싱의 영상미를 연상시킬 정도로 영화는 환상의 세계를 정적이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로 담아낸다. 화려함과 역동성보다는 한편의 그림처럼 담아내는데 집중하며 고품격 영화다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러한 이국적인 정서와 분위기 유지가 전자에 언급한 철학적 주제와 메시지를 진중하게 담아내는데 일조한다.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식도 눈에 띈다. 줄거리만 보면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주인공 알리테아가 세 개의 소원을 비는 내용으로 전체 이야기를 유지할줄 알았는데, 절대 죽지않는 무한의 존재인 지니가 화자가 되어 3000년 동안 소원을 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니의 이야기는 영화가 말하고자 한 주제와 연결되면서, 그 안에 사랑과 애정, 배신 같은 흥미로운 스토리들을 내표하고 있다.
하나의 영화지만 여러 개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체계적으로 등장해서, 108분의 짧은 시간에 풍부한 이야기를 접한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 점에서 <3000년의 기다림>은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으며 사람이 살아온 삶과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틱한순간을 지닌 매력적인 이야기임을 드러낸다. 그러한 주제속에 영화는 전혀 뜻밖의 러브스토리를 완성해 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이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거대한 이야기 속에 다양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산만하지 않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3000년의 기다림>은 매력적이면서 강렬한 영화로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