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 <모가디슈>에 대한 역사 가이드
류승완 감독 연출,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의 출연으로 쏠쏠한 관객수를 모았던 영화 <모가디슈>.
화려한 출연진 만큼 한국 영화에서는 감히 담기 힘들었던 큰 스케일의 해외 현대사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개봉 전 큰 화제가 되었다.
영화 <모가디슈> 관람전 영화의 소재가 된 소말리아 내전의 배경과 영화의 주인공인 당시 남북한 외교관들의 실제 이야기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기로 하겠다.
영화 <모가디슈>의 배경이 된 ‘소말리아 쿠데타’
소말리아는 2차대전 당시 이탈리아 왕국의 식민지였으며, 전쟁 후 영국령으로 편입되다가 1960년 독립하게 된다. 하지만 독립과 함께 소말리아 정국은 혼돈의 시기를 겪게 된다.
1969년 셰르마르케 대통령이 암살되고, 쿠데타를 일으킨 모하메드 시아브 바레 장군이 대통령에 집권해 무려 22년간의 장기집권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 집권은 소말리아 경제를 파탄 낸 원인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바레 정권에 불만을 가졌던 정치 집단들이 통일소말리아회의(USC)를 결성하여 1991년에 바레 정권을 쿠데타로 몰아내고 임시 정부를 세운다. 이것이 영화 <모가디슈>의 배경이 된 사건이다.
이후 USC가 집권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분열이 이어지게 되었고, USC를 이끌고 있던 무하마드 파라 아이디드가 자신의 군벌을 규합시켜 내전을 벌이게 된다. 이후 UN은 군사 연합을 구성해 소말리아에 입성해 내전을 진압한다. 이때부터 소말리아 정세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였으나,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게 된다.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의 배경이 되었던 ‘모가디슈 전투’
여기서 잠깐!
많은 이들이 <모가디슈>를 보면서 200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랙 호크 다운>과 같은 시대와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이 둘의 배경은 전혀 다르다.
<모가디슈>는 앞서 소개한 1991년 소말리아 쿠데타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면, <블랙 호크 다운>은 UN군이 개입된 이후 발생한 1993년 ‘모가디슈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UN과 국제연합군은 아이디드의 군대를 전멸시키기보다는 소말리아 내 질서, 안정 확립에 우선을 두었다. 그로인해 아이디드의 군대는 여전히 존재했고, 호시탐탐 UN군을 몰아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다 1993년 6월 아이디드의 군대가 UN 평화 유지군과 연관된 모가디슈의 파키스탄 군 기지를 공격하면서 다시 내전이 발발했고, 10월에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의 배경이 되는 ‘모가디슈 전투’가 발발해 19명의 미군과 100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였다.
지속된 내전과 유혈사태로 인해 결국 UN군은 1995년 3월 완전히 철수하기에 이르렀으며, 사건을 일으킨 아이디드는 1996년 사망한다. 그의 죽음에도 소말리아 내전은 멈추지 않았고, 현재도 지속 중이다.
영화의 소재가 된 남북한 외교관의 합동 모가디슈 탈출
다시 1991년으로 돌아와서…
영화의 배경이 된 소말리아 쿠데타 사태는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전투로 어느 한쪽이 우세한 위치를 점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정부기관과 통신시설이 거의 파괴되고 주택가와 외국공관 등에는 총을 든 강도들이 몰려와 부녀자 겁탈, 금품 강탈 등을 일삼아 말 그대로 무정부 상태였다.
12월 30일 내전이 격화되자 미국, 소련,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공관들이 철수하게 된다. 결국 대한민국 대사관도 뒤늦게 철수를 결정했지만 때는 늦었다. 모가디슈 국제공항을 통해 항공편 비상탈출을 시도하려 했으나 이미 항로는 막히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대사관은 항로 외에 다른 길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고, 정부 기관과의 연락마저도 끊긴 상태여서 사실상 이곳에 발길이 묶여 있었다.
그러던 중 당시 주재 대한민국 주재 대사가 항공편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모가디슈 공항을 오다가 공항 대합실에서 머물고 있었던 북한 대사와 공관원 가족 14명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발이 묶여 있음을 알게 된 남북한 대사는 함께 위기 상황을 모색하기로 했고, 남북의 체제와 이념을 넘어서 한민족으로서 합심해 탈출하기로 손을 잡는다.
이후 함께 모가디슈 탈출을 위한 여러 작전과 계획을 펼치게 되는데, 예측할 수 없는 소말리아 내 상황으로 번번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남북한 외교 공관은 한 가족처럼 서로를 도왔고, 위험에 처한 북한 공관과 교민들을 비교적 안전한 대한민국 공관으로 대피시키는 것을 도왔다.
덕분에 북한이 국교를 맺은 이집트 대사관을 찾아가 카이로 주재 북한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게 되었고, 이 연락으로 우리 측 공관도 대한민국 정부와 연락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이웃 국가의 도움을 받고 수송기를 얻어 탈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대한민국 직원들만 탈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 대사가
“한민족인데 어떻게 그들(북한)을 두고 우리만 빠져나갈 수 있느냐?”
라며 모두가 함께 탈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소말리아 반군의 위협과 자동차 추격전이 실제로도 이어졌고, 그 장면이 영화 속 예고편에도 고스란히 담기게 되었다.
결국, 긴박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돕고 의지한 남북한 대사와 공관 직원들의 노력과 도움으로 1991년 1월 12일 남북은 소말리아를 간신히 탈출하게 된다. 탈출한 인원은 남북한 대사와 가족, 직원을 포함해 21명이었다.
참고로 <모가디슈>는 위에 언급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91년 당시 실제 사건을 디테일하게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기사에 상세히 다루지 못한 그 외 내용은 <모가디슈> 개봉 후 이어질 비하인드 기사를 통해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다.